"난 달린다" 질ㆍ주ㆍ쾌ㆍ감

게임성ㆍ기획 탁월… 그래픽ㆍ사운드도

한글화ㆍ고스트 공유 등 부가요소 충실

`프로젝트 고담 레이싱(이하 PGR)'은 엑스박스 진영에 마땅한 킬러 타이틀이 없던 시절, `헤일로'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스튜디오가 내놓은 엑스박스 전용 레이싱 게임이다. 그래픽과 사운드에서 충격을 주었을 뿐 아니라, 게임 방식 역시 신선해 많은 팬들을 확보하게 됐다. 이제는 단순히 훌륭한 레이싱 게임이 아닌, MS의 게임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재산으로까지 발돋움한 것이 바로 PGR이다.

게임성과 기획성 모두 높이 평가할 만

PGR 시리즈는 단순한 게임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제품 기획적인 측면에서도 높게 평가할 만하다. 특히 제품 기획의 핵심 중 하나인 `포지셔닝'(시장 내에서 해당 제품이 가지는 위치의 선정)의 훌륭함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GR이 처음 나오던 시절, 이미 레이싱 게임 시장에는 `릿지레이서'(이하 릿지)와 `그란투리스모'(이하 그란)라는 양대 산맥이 자리잡고 있었다. 릿지의 경우 상쾌하고 쉬운 감각을, 그란의 경우 이와는 반대 설정이나 실 주행 모두 실제의 자동차와 레이싱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상황이다.

즉, 이 양 극단 중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후발 주자의 핸디캡을 가지고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하지만 PGR은 `게임으로서의 레이싱'을 좀 더 고민했던 게임이다. 이에 따라 `달린다는 행위 자체'에 좀 더 재미의 초점을 맞추게 된다. 빨리 달리는 것 뿐 아니라 좁은 코스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과할 것인가, 그리고 그 중간 중간에 어떤 방법으로 달릴 때(묘기, 안전주행 등을 통해)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를 게임의 재미 요소로 만들어낸 것이다.

덕분에 PGR은 양 극단의 게임들이 갖지 못한 재미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빨리 달리는 것도, 정확히 달리는 것도 아닌, 두 가지 모두에서의 재미 요소를 골고루 배합한 것이다.

여기에 실존하는 전 세계의 명소들을 실제 레이싱 장소로 선택함으로써 그 자체로 독자성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좁고 복잡한 코스라는 PGR 특유의 코스 디자인에 납득할 만한 이유를 붙일 수도 있게 된다.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게임

이렇게 자기 색깔을 확실하게 만들어 놓은 게임은 가끔 그 기반에 매몰되거나 안주해 좀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하는 경향이 있지만(앞서 말한 게임 중 엑스박스360 용 릿지가 그 좋은 예라고 하겠다) 다행히 PGR 시리즈는 지속적으로 시스템의 개량과 여러 가지 요소의 추가를 보여 왔고, 이번 작품 역시 기다린 보람을 충분히 느끼게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졌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날씨 표현의 추가다. 비나 눈 등의 기상 효과가 대단히 훌륭하게 표현될 뿐 아니라, 실제 운전 시의 느낌에서도 어느 정도 차이가 생긴다. 좁은 골목에서의 정확한 코너링이 특히 중요한 게임인 만큼, 드리프트 등 고난도 액션을 취할 경우 PGR 고유의 포인트인 쿠도스(Kudos)를 얻을 수 있다. 게임의 느낌도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점이 재미있다.

여기에, 자동차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도 새롭게 탈 것으로 추가됐다. 오토바이의 경우 상대적으로 속도감이 더 느껴질 뿐 아니라 묘기도 좀 더 쉽게 부릴 수 있는 만큼, 단순히 탈 것의 모양이 바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외 PGR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인 실제 도시도 추가되었으므로 게임의 스케일이 상당 부분 커진 것은 물론, 해당 도시를 방문해봤던 이용자들에게는 좀 더 특별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로는 방문해 본 도시 중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던 러시아의 세인트피터스버그(구 레닌그라드)의 왕궁 앞길을 보면서 감회에 잠기기도 했다.

일반적인 게임 리뷰에서 주로 얘기하게 되는 그래픽과 사운드 등의 문제는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특히 사운드의 경우 스피커가 설치된 위치에 따라서 사운드 출력을 조정할 수 있는 옵션도 있기 때문에, 5.1채널 스피커를 이용하는 이용자라면 특히 반가울 것으로 보인다.

부가요소도 충실

이 게임은 자막만 한글화됐지만, 게임 특성상 별도의 음성 번역이 없어도 별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해외 버전은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참가 국가 중 한국이 기본적으로 포함돼 있다는 점 역시 재미있다.

지속적으로 호평을 받아 왔던 라이브 시스템도 잘 되어 있다. 단순이 대전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사진 교환이나 고스트 공유 등도 가능하므로 `내 실력에 온라인은 무리'라고 생각하는 이용자들이라도 한 번 들어가 볼 가치는 충분하다.

이제 PGR은 `릿지'나 `그란'이 그러했던 것처럼 또 하나의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지속적인 진화를 모색하는 모습 역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레이싱 게임을 좋아하는 엑스박스360 이용자들이라면 놓치기 아까울 만한 타이틀이다.
Posted by Redvir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