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게임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인 김 씨는 요즘 밀려드는 닌텐도DS(Dual Screen) 손님 덕에 연신 즐거운 비명 중이다. 방학이라 부모와 함께 온 학생들이 너도나도 닌텐도DS만 찾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인끼리 온 손님은 닌텐도DS 외는 거들떠도 안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김 씨에게도 걱정이 있다. 닌텐도DS의 인기 때문에 소니사의 휴대용 게임기 PSP가 신형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한 달에 2-3개 씩 타이틀이 나왔었지만 최근에는 라인업도 부족하고 한글화 타이틀도 별로 없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에 손님들에게 PSP를 권하기도 어렵다는 그는 조금이라도 싸게 PSP를 처분해버리고 싶다고 토로한다.

2007년 하반기 신형 PSP의 출시는 닌텐도DS에 대적하기 위한 소니의 파격적인 행보로 인식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그 이야기는 해외 이야기일 뿐. 국내는 라인업 부족으로 인해 판매량 부진을 겪고 있다. 현재 신형 PSP의 국내 판매량은 7만대, 기존 모델과 합친 누적 판매량은 40만대 수준이다. 약 1년여 만에 100만대의 판매량을 올린 닌텐도DS에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 신형 PSP도 결국은 닌텐도DS에게 ‘무릎’

닌텐도DS는 출시 때부터 2만 원대의 저렴한 타이틀, 학습과 관련된 게임, 장동건, 이나영, 송혜교 등 쟁쟁한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게임에 관심 없는 연령층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닌텐도의 타겟이 된 연령층은 바로 여성층과 게임을 모르는 일반인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마케팅은 정확하게 먹혀들었다.

이때 당시 닌텐도DS의 상승세를 막기 위해 소니에서 마련한 비책은 바로 신형 PSP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신형 PSP는 차세대 LCD를 채용해 기존 PSP보다 화질이 좋으면서도 가격마저 5만원 정도 저렴했고, 무게도 가벼워져 출시 전부터 일본 시장 내에서도 돌풍을 예고한 게임기였다.

하지만 신형 PSP 마저도 국내 시장에서는 잠깐 동안만 닌텐도DS를 추격했을 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출시되자마자 전량 매진되면서 ‘PSP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 열기는 곧바로 사그라져 ‘폭풍속의 등불’이 되어버렸다.

* PSP의 부진,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

이 같은 PSP의 부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연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소니 측은 신형 PSP 출시 이후 ‘크라이시스 코어 파이널 판타지 VII’을 비롯해 다양한 대작을 출시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타이틀 라인업이 강화된 곳은 더 빨간 불이 켜져 있는 PS3 진영이었다. PS3 역시 Xbox360과 Wii에 밀려 해외 및 국내 시장에서 제대로 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는 소니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PSP로 나온 타이틀은 ‘크라이시스 코어 파이널 판타지’와 ‘모두의골프 포터블2’ 정도만 있을 뿐 결국 대작 러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온 PSP 타이틀은 약 8개 정도인데, 닌텐도DS 라인업과 흡사한 편이지만 이중에서 한글화가 이루어진 타이틀은 하나도 없다. 닌텐도DS는 그 사이에 ‘콜오브듀티4 모던 워페어’ ‘상식력DS’ ‘그려라 터치 내가만드는세상’ ‘스맥다운 대 로우 2008 DS’ 등 약 10여종의 타이틀을 한글판으로 발매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용산에서 게임 매장을 하는 한 업주는 “소니 PSP 타이틀은 기껏 해봤자 최근에 나온 ‘위닝일레븐’ 신작 정도만 찾을 뿐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며 “그나마도 10명 중 5명은 닌텐도DS를 문의하러 온 고객이고 그 외는 PS3나 Xbox360”라고 말했다.

* PMP와 게임기의 묘한 경계선, 그 사이보단 확실한 것이 중요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면 PSP는 지금까지 PMP 기기와 휴대용 게임기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확하게 게임기를 목적으로 다가간 닌텐도DS와 DMB와 넉넉한 하드 공간, 다양한 동영상 재생기로 각광 받는 PMP, 이 둘 사이에서 모두 승리하겠다는 것이 PSP의 주춤을 만든 것이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PSP를 보면 게임기의 노선 보다는 PMP 쪽의 입장도 강하다. 최근에 펌웨어 되는 기능들도 대부분이 게임에 좋은 것보다 그 외 콘텐츠를 사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들뿐이며, 일본 내에서는 DMB 시청이나 휴대전화, 네비게이션 등의 다른 기종의 기능들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미 게임기라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루리웹 등 각종 비디오 게임기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아직도 PSP의 한글화 타이틀을 염원하는 게이머들이 많다. 소니사에서 PSP를 게임기의 입장으로 강화시킬 예정이라면 현재 출시를 준비 중인 다양한 라인업에 한글화를 시도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한글화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동반한 마케팅 활동도 필수다. 하지만 소니 입장에서는 현재 PS3 쪽 진영에도 신경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이 같은 동반 활동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닌텐도DS의 상승세가 무서운 것은 사실이지만 PSP 측이 확실하게 대응하는 점이 없는 것도 PSP의 인기를 하락시키는 요인”이라며 “국내에서도 다양한 마케팅으로 닌텐도DS와 본격적인 경쟁을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Posted by Redvir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