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4, TT 마진율 '30~50%'...닌텐도 불법복제 SW '난무'

지난 28일 오후 7시쯤 용산의 한 전자상가.
 
NDSL용 불법복제 카트리지 제품인 'R4'가 유통된다는 이유로 닌텐도측이 용산전자상가와 오픈마켓에 게임기 판매를 중단하면서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용산의 한 판매점을 찾았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유행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닌텐도의 인기를 실감이라도 하듯 MP3와 카메라 위주의 판매점에서도 닌텐도는 진열대 위를 빼곡히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 X박스360, PS3 등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닌텐도 사려고 하는데..."하고 묻자 직원은 위 아래를 한번 훑어본 뒤 "뭐가 필요하시죠?"라고 되물었다.
 
"NDSL 게임기하고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요"라고 답하자 "여기 중에 골라보세요"하며 직원은 매대 아랫쪽을 가르켰다. 화이트, 실버, 핑크, 실버핑크, 블랙 등 갖가지 색상의 NDSL 게임기가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NDSL 게임기는 용산에서 13만원대에서 14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그 아래나 위로는 가격 변화가 별로 없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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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는 어디 있느냐고 묻자 직원은 정품 SW를 가르키며 "여기 많은 데 골라보세요"라고 답했다.
 
"이거 말고 요즘 많이 쓰는 거요"라고 되묻자 직원은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어떤 칩을 찾나요? 게임이 들어있는 것을 찾나요? 아님 없어도 되나요?" 라고 반문한다.
 
그가 말하는 게임이 들어있지 않은 칩은 'R4'라는 불법 복제 카트리지로 가격은 6만~8만원대다. 게임이 들어있다는 칩은 최근 인기 상종가를 달리는 'TT' 칩이었다. 이 칩에는 65개에서 50개 정도의 불법 복제 닌텐도 게임이 들어 있는 채로 이미 공장에서 배달되고 있었다. 이 칩의 가격은 9만원에서 9만5000원.
 
"뭐가 다른가요?"라고 묻자, 직원은 "똑같아요. 그런데 게임받으려면 1000원씩 들잖아요. 가격 차이는 별로 나지 않으니까 차라리 TT칩 사는게 낫지요"라고 답했다.
 
그는 또 '이지플래시'라는 칩도 있다고 했다. 다른 칩과의 차이를 묻자 'R4'의 경우, 게임 목록이 그냥 한글로만 쭉 나열된 것과 달리 그림 이미지 등이 나와 미관상 좋은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R4, TT, 이지플래쉬 등의 불법복제 카트리지는 닌텐도 게임SW의 다운로드를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닌텐도 닥터'라고 불리고 있었다.
 

◆ 닌텐도, 물량 부족 "백화점 위주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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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의 국내 유통사인 대원게임은 최근 NDSL용 불법복제 카트리지 제품인 'R4'가 유통된다는 이유로 용산전자상가에 이어 오픈마켓에 게임기인 NDSL의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대원게임은 수요에 비해 물량이 많지 않아 물량 조절을 했을 뿐 용산과 오픈마켓에 게임기 판매를 중단한 적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원게임 송동석 부장은 "지난해에 비해 NDSL수요가 많이 늘었다"며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2~3배 수요가 늘어나니 물품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 부장은 "오픈마켓과 용산에 불법복제 제품에 대한 판매 자제를 부탁한 것은 사실"이라며 "한정 수량이다 보니 불법 복제 제품을 팔지 않는 백화점과 마트 위주로 물량 공급 우선 순위가 결정됐으며, 용산의 경우 90% 이상이 우리 정책에 협조하지 않아 2개월째 물품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2개월동안 닌텐도 공급이 되지 않았던 용산 전자상가 판매대에 즐비한 색색의 닌텐도게임기들의 출처는 과연 어디일까.
 
NDSL의 경우 여느 게임기가 그렇듯 가격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 때문에 용산의 판매점들은 이 게임기를 백화점이나 마트 또는 옆 매장에서 제 값을 주고 구매하고 여기에 R4나 TT칩과 같은 불법복제 카트리지를 끼워서 팔고 있다는 것이다. R4나 TT의 경우 판매금액의 약 30~50%인 3만~4만원의 마진이 남기 때문에 훨씬 이득인 셈이다.
 

◆닌텐도 "유통 허가는 하고 관여는 안한다?"
오픈마켓과 용산전자상가 그리고 대원게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닌텐도코리아의 안이한 대책이 상황을 더욱 고조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닌텐도코리아측은 이 같은 갈등에 대해 "유통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통회사인 대원게임이 용산과 오픈마켓에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을 뿐, 어떤 식으로 유통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얘기다.
 
닌텐도 관계자는 심지어 몇 개의 유통사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유통에 관여하지 않아 알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닌텐도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닌텐도코리아의 허가가 필요한 데 몇 개의 유통사를 확보하고 있는 지 모른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닌텐도코리아는 결국 대외비밀이라며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X박스360이나 다른 게임기들은 불법 복제가 가능하지만 실제 라이브를 즐길수 없도록 보안이 돼있다"며 "하지만 닌텐도는 NDSL이나 위(Wii) 모두 보안에 취약한데 닌텐도 측에서 플랫폼 확대를 위해 불법복제에 대해 알면서도 방조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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