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플 괴혼

게임정보 2008. 5. 14. 09:50

그래픽ㆍ사운드ㆍ시나리오 업그레이드

'엑스박스360'으로 즐기는 '괴혼'

배급사:일본 반다이 남코

`괴혼'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기획력의 승리'를 꼽을 수 있다. 화면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는 그래픽의 구현 방법부터 사운드, 시나리오 등, `잘 기획된 게임'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모범 답안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국내 정식 발매판의 경우 극상의 한글화까지 더해져, 단기간 내에 국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은 타이틀이 됐다. 이러한 괴혼 시리즈의 최신작이 본가인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 진영을 떠나 엑스박스360에서 발매됐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지만, 게임 자체의 매력이 워낙 큰 만큼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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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혼, 그 독특함은 어디에서 나오나

2004년 처음 발매된 괴혼 시리즈는 일반적인 게임 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완벽한 오리지널 게임이었다. 단순한 게임의 내용이나 컨셉 등은 물론, 진행 방법이나 정서조차도 이제까지의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대놓고 B급 정서를 표방하는 듯한 괴상한 센스의 그래픽, 일반적인 정서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줄거리, 우주의 왕인 `아바마마'가 술에 취해서 별들을 박살냈고, 이를 아들이 억지로 떠맡아 복구한다는 내용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높은 수준의 음악 등을 봤을 때, 이런 정서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는 없을 듯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알기 쉬운 게임의 룰과 아날로그 스틱을 철저히 활용하면서도 간편한 조작 방법, 게임 곳곳에 숨어 있는 귀여운 개그 센스 등은 금세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여기에 한국 정식 발매판의 경우, 한글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해도 좋을 만큼 뛰어난 한글화 수준을 자랑하며, 매출과 비평 양면에서 모두 성공한 작품이 됐다. 이후 PS2와 PSP로 각각 한 작품씩의 속편이 출시되면서 지속적인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시스템의 발전은 괴혼을 어떻게 바꿨나

사실 괴혼을 겉으로만 본다면 `무슨 그래픽이 저 모양이야?'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상 이 게임의 그래픽은 기술적으로나 기획적으로나 상당한 수준의 것들이다. 화면 내 오브젝트의 상당수 아니 거의 대부분이 어떤 식으로든지 `움직일 것'을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각각의 오브젝트는 단순하지만, 이들 전체가 모이게 될 경우에는 얘기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때문에 괴혼은 오브젝트의 형태는 최대한 간소화하며 특징만 잘 살리는 방법을 택하게 됐고, 이것이 바로 괴혼의 독특한 그래픽적 분위기를 만들어내게 됐다.

엑스박스360 판 괴혼의 경우 역시 언뜻 보기에는 `후져 보인다'라는 생각이 들 지 몰라도, 실질적으로 찬찬히 살펴보면 상당한 수준의 것이라고 평가된다. 일례로 PSP 버전보다 색감이나 디테일이 더 좋아진 부분도 일부 존재한다.

또 하드웨어의 사양이 좋아진 만큼, 그래픽의 느려짐이나 프레임 드롭 등은 크게 줄었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프레임이 끊긴다는 느낌을 받게 되지만, 이는 게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게임 설계에서 볼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인 만큼, 원작을 좋아했던 이용자ㅓ들이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부분이다.

사운드의 경우는 여전히 훌륭하다. 전편의 히트곡인 `론리 롤링 스타'의 후속곡이나 `아이돌 마스터'의 성우진이 등장하는 곡 등은 이 게임의 음악 선곡과 설계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장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스테이지 구성의 발전이다. `그냥 붙이기만 하는 게임에서 뭐가 달라질 게 있느냐'라는 질문이 나올 지도 모르지만, 분명 맵은 전작들에 비해서 좀 더 지능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전과 같은 자유도를 만끽하면서도 물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만, 몇 개의 루트를 머리 속에 만든 다음, 마치 레이싱을 하는 것처럼 즐길 수도 있게 된 점은 게임에 새로운 재미를 불어넣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매너리즘에 대한 불안감, 한글화에 대한 아쉬움

그런데 그래픽적인 평가의 일부만 제외한다면, 이 모든 평가는 전 기종인 PS2로 발매되었어도 거의 동일했지 않을까 싶다. 즉, 잘 만들어진 타이틀이고 즐길 가치는 충분하지만, 플랫폼의 변경에서 생각할 수 있는 `좀 더 뛰어난 점'은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와이드 화면으로 다른 컨트롤러를 이용해서 괴혼을 즐길 수 있다는 것만 빼면, 후속작이 갖춰야 할 두근거림은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 타이틀의 가장 큰 한계이다.

어느 정도 매너리즘에 빠져 있더라도 괴혼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지만, 만약 다음 작품까지도 지금의 상태에서 답보한다면 반다이 남코만의 작품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잃어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브를 통한 추가 콘텐츠 판매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말이 많지만, 개발비의 지속적인 상승 추세와 소프트웨어 판매 감소를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애교로 넘겨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단 지금과 같이 있는 콘텐츠를 열어주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를 다운받게 해야 한다는 점이 전제가 돼야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 모든 얘기는 이제까지 `쫀득쫀득한 대사와 스토리의 맛'에 빠진 괴혼의 팬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지도 모르겠다. 지난 11월 발매된 엑스박스360용 `블티플 괴혼'의 경우 영문판으로만 발매됐고 한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이라면 몰라도, 충실한 한글화를 통해서 완벽하게 환골탈태했던 바로 그 `한국판 괴혼'을 볼 수 없다는 점은 너무나 아쉽다.

부디 이번의 `뷰티플 괴혼'은 좀 더 큰 발전을 위한 잠깐의 숨 고르기였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본다.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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