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숲

게임정보 2008. 5. 14. 01:02

같이할수록 재미 '아하' 꼼꼼한 한글화에 '오호'

닌텐도DS라이트 무선통신용 게임

캐릭터 '아기자기'…동물어 표현 독특

게임을 그리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한 두 번 들어봤을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인기는 거의 대부분 애니메이션과 캐릭터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게임으로서 포켓몬스터가 가지고 있던 재미는 `타인과의 접촉을 통한 수집' 이었다. 두 가지 버전으로 발매된 게임 각각에서 몬스터 출현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적어도 한 명 이상의 다른 버전 소프트웨어를 가진 친구가 있을 때만 게임을 완벽하게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한 이용자 저변 확대와 입소문이 지금의 포켓몬스터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닌텐도DS라이트(이하 NDSL)로 발매된 `놀러 오세요 동물의 숲(이하 동숲DS)'은 이러한 포켓몬스터 성공 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게임이다. 통신 기능을 이용해서, 남들과 함께 즐길 때 그 재미를 더 할 수 있게 만들어진 동숲DS는 `함께 즐기는 게임의 재미'를 알기 위해서라도 꼭 한 번 즐겨 볼 필요가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사운드=최근의 게임 트렌드에 비춰볼 때 동숲DS의 그래픽과 사운드를 현란하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편들과는 달리 휴대용 게임기로 발매되었다는 약점까지 가지고 있는 만큼, 그래픽과 사운드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그래픽과 사운드가 게임의 재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장르는 아니지만, 어쨌든 이 쪽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용자라면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막상 게임에 몰입하게 되면 화면과 소리의 품질에는 그다지 큰 신경이 쓰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비록 최고 레벨의 그래픽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하게 캐릭터들의 특성을 잘 살려내고 있을 뿐 아니라, 음성 합성을 이용한 `동물어' 역시 기발한 아이디어다.

또한 일반 게임 이용자가 아닌 게임 제작 등 게임 관련 업무에 종사하거나, 혹은 종사하기 원하는 이들이라면, 그림 자체의 아름다움 등과는 별도로 `제작' 관점에서 이 게임의 그래픽과 사운드를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지도 데이터의 송수신이 필요한 게임의 특성에 맞게 최적화를 이뤄낸 그래픽은, 비단 그래픽 자체만이 아닌 그래픽과 기획 모두의 승리라고 봐도 좋겠다.

◇모일수록 늘어나는 재미=오히려 동숲DS을 얘기할 때는 `즐긴다'라는 본질적 의미에 충실해 있는 게임의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숲DS은 어려운 게임이 아니다. 그냥 `상식 선에서' 그 환경을 즐기기만 해도 충분히 훌륭한 게임이다. 과일을 따서 팔고 낚시를 하고, 그 과정에서 번 돈으로 집을 꾸미고 가구를 사는 등, 말 그대로 `생활을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한 게임이다. 물론 `독한' 사용자들을 위한 숨겨진 요소들도 어느 정도 존재하고, 사고 팔기와 같은 본 게임 외적인 재미도 주고 있다. 단순한 생활 외에도 좀 더 다면적인 재미를 주고 있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와 함께 동숲DS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와이파이를 통한 무선 통신이다. 무선 통신을 이용할 경우 남의 마을로 놀러 갈 수도 있고 자기 마을로 남을 초대할 수도 있다는 점이 동숲DS를 `모일수록 즐거운 게임'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무선 통신 하나로 게임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나, 실제로 이 게임을 해 보면 무선통신 없이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게임을 진행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마을마다 다른 경제 구조를 가지며, 게임 중간의 특정 이벤트를 위해서는 남의 방문이 있어야 하는 등 무선 통신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재미는 게임을 몇 배로 확장시켜주기 때문이다.(필자의 경우 버스 옆에 앉은 사람과 서로 마을의 과일을 사고 판 경험도 있다)

이 모든 통신 기능은 무료로 제공될 뿐 아니라(물론 무선랜을 사용한 원거리 접속을 위해서는 AP가 필요하지만), 요즈음에는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는 까페 등도 많으니 큰 문제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거리의 NDSL과는 직접 통신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온라인 대전 등의 경우 실력 차이가 확연한 만큼 함께 즐길 수 있는 상대방에 한계가 있지만, 동숲DS의 경우 초보와 고수 사이에서도 서로 돕고 도움 받을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을 만하다.

◇한글화 수준은 손꼽을 수 있을 정도=동물의 숲은 한글화가 대단히 중요한 게임이다. 게임 내의 언어가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영문판은 접해보지 못했지만, 먼저 접해본 일문판의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영문판 역시 그리 어려운 언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체 게임의 컨셉 자체가 머리를 싸매고 영어를 해석해 가며 즐겨야 할 만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게임 내의 대사를 읽지 못하고 무작정 과일만 팔고 낚시만 해서는 진짜 재미의 10퍼센트도 느낄 수 없다는 점 역시 생각해야겠다.

다행히 한글화는 손에 꼽을 정도로 훌륭하게 되어 있다. 작업량 자체가 많다기보다는 게임의 흐름에 따라 꼼꼼히 한글화를 진행해야 하는 종류의 게임 특성에 잘 맞도록 자연스러운 한글화가 되어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메일을 쓸 때 일본어의 입력 구성을 그대로 가져 온 듯, 띄어쓰기 할 때 한 번에 두 칸이 떨어진다는 점 정도가 옥의 티랄까.

특히 초등학생 정도만 되더라도 충분히 즐겨도 좋을 만큼 아기자기하고 건전하다는 점에서, 이같은 한글화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닌텐도, 게임의 다른 세상 열고 있는가=동숲DS는 어디 한 군데 흠을 잡기 쉽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특히 무선 통신이라는 특징을 잘 살려낸 부분은 강점이다. `즐기는 것'으로써의 게임을 생각한다면 닌텐도는 분명 `새로운 놀이 방법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소프트웨어 라인업의 부족, 특히 비 닌텐도 라인업의 부족과 고전적 게임 라인업의 부족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언제나 국내에 발매된 닌텐도 게임의 리뷰 후에는 `다른 게임 세상이 열리면서 이전 게임 세상은 닫히고 있다'라는 느낌이 든다.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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