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수 많은 게임이 나왔지만, 그 중에서 게이머들이 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인정한 FPS 게임은 정작 몇 개 안된다. 액티비전의 '콜 오브 듀티', 일렉트로닉 아츠의 '메달 오브 아너' 정도가 프랜차이즈 형태로 정착했을 뿐, 다른 게임들은 대개 단발성으로 명맥이 끊어지곤 했다. 그런데 이중에서 콜 오브 듀티는 2차 세계대전을 졸업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워낙 2차 세계대전의 이미지가 짙게 드리운 탓인지, '콜 오브 듀티 4'가 현대전을 다룬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많은 게이머들은 불만을 나타내곤 했다. 파시스트를 척결하며 나아가던 전장의 로망을 뒤로 한채, 미국인들 스스로도 확신을 갖지 못하는 요즘의 전쟁 행태를 게임으로 다룬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걸림돌이 적지 않은 일. 그러나 액티비전은 배팅을 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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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게임 시장에서 현대전은 북미지역 기준으로 지금 당장 구매가 가능한 무기를 다룬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처럼 총포도검류의 개인 소지가 제한된 국가에서는 남의 일이겠지만, 현대전을 테마로 다룬 게임은 병기의 디테일한 표현이 게임의 시놉시스보다 더 중시되는 경향이 있다. 해외에서 콜 오브 듀티 4가 성공을 거둔 비결은 이 부분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

게임속에서 플레이어는 태평양, 영국, 러시아, 중동 등 세계 각지를 챕터 형태로 훑어가는 스토리라인을 체험하게 된다. 각 국의 입장, 각 부대의 특징 등이 미션의 성격과 맞물리면서 매 챕터마다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콜 오브 듀티 4가 주는 이런 즐거움은 챕터의 구간 자체가 짧아 플레이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단점이 있긴 해도, 적은 시간에 많은 체험을 원하는 이에게는 알맞다.

대개 어지간한 워게임들, 특히 FPS에서는 콜 오브 듀티 4에서 다뤄지는 챕터 하나의 스타일만 갖고 초지일관 수십시간 소모시키는 편이다. 반면 콜 오브 듀티 4는 잠입미션, 돌격미션, 저격미션 등등 챕터 하나를 관통하는 명제들의 개성으로 게임을 이끈다. 미션에서 다뤄지는 플레이 스타일이 람보형, 샘 피셔식 플레이보다 풀 스펙트럼 워리어같은 분대전투 성격이 녹아있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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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대전투가 강조된 측면은 멀티플레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자체가 총알 하나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편인데, 현대전으로 오면서 무기가 너무 좋아져 먼저 보는 쪽이 먼저 죽일 수 있는 매우 스피디한 게임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적 진영 관측이나 교전 정보 공유가 매우 중요성을 띄며, 아군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게임 플레이의 주된 요소라 할 수 있다.

콜 오브 듀티 4는 게임을 제작하면서 현실속의 배경을 직접 취재해 적용한 것으로 알려진 게임이다. 제작진이 체르노빌 등 주요 장소와 군부대를 직접 방문해 배경과 병기 시스템의 디테일을 가다듬었으며, 전현직 군인이 게임을 위해 기여함으로써 게임 플레이 패턴이 이제껏 나온 그 어떤 게임보다 사실적이다. 이 부분은 군복무를 마친 사람이라면 더 실감할 부분이다.

그래픽, 사운드 등 게임을 이루는 요소들의 완성도는 전세계적으로 최정상급으로 인정받아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게이머 입장에서 각 챕터의 너무나 짧은 구성은 불만이다. 이런 불만은 콜 오브 듀티 4에서 한 챕터를 구성하는데 불과한 시스템과 내용이 능히 명작 게임 하나에 필적하기 때문이다. 확장팩이 줄줄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아쉬움이 크다.

눈에 보여지는 그래픽에 비해 시스템 사양도 그리 타지 않고, 게임 스타일도 매우 스피디해 상쾌하게 현대전을 즐기고픈 사람에게는 '콜 오브 듀티 4'가 적당한 게임일 것이다. 단, 게임에서 사람 목숨이 총알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이 워낙 실감나 잘 죽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면 좀 짜증이 날지도 모른다. 취향은 좀 타겠지만, 매우 완성도 높은 게임이기에 두고두고 추억될 명작이다.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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