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서 천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세컨드라이프’가 국내에서 오픈 베타를 시작한 지 약 3주가 지났다.

2003년도 립든랩에서 개발한 이 게임은 많은 ‘세컨드라이프 신조어’를 탄생 시키며 북미, 유럽 등 많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시장을 예로 든다면 2000년 초 갑작스럽게 인기 상승한 싸이월드와 흡사하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막상 큰 기대를 모으고 등장한 것에 비해 ‘세컨드라이프’는 국내 게이머들에게 외면 아닌 외면을 사고 있다.

* 하고는 싶은데..

할 줄 몰라서 못한다

‘세컨드라이프’는 해외 유명세 덕분에 국내 매체는 물론 게이머들의 기대까지 한 몸에 받았다. 게이머가 제한 없이 게임 내 아이템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으며, 각 지역에 맞춰 특색 있는 지형과 배경을 만날 수도 있다. 또한 누구나 마음껏 하늘을 날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도 할 수 있으며, 자신의 성별, 체형 등도 마음껏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게이머들은 ‘세컨드라이프’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아우성이다. ‘세컨드라이프’라는 근사한 게임을 즐기기엔 거쳐야할 과정이 너무 많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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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게이머들의 발길을 막는 과정은 초기 아이디 제작 과정부터 시작된다. 아이디 제작 시에 ‘세컨드라이프’는 일반적인 게임과 다르게 이름의 ‘성’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이건 임의적으로 자신이 적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름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게이머들은 종종 자신의 아이디와 성을 까먹어 다시 찾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우여곡절을 피해 게임 속에 들어와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초반 가이드 라인과 튜토리얼이 형편없기 때문. 그나마도 아바타 NPC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는다. 이 점은 다양한 편의 기능에 익숙한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부분이며, 게임을 즐기기 위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이후에는 자신의 캐릭터 제작이나 아이템 제작 등에서 또 다른 고초를 겪게 된다.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를 즐긴 분들이라면 조금 편하게 접근할 수 있지만 간단하게 정해진 얼굴과 몸, 옷들을 고르는 편한 온라인 게임과 비교한다면 ‘세컨드라이프’의 인터페이스는 불편 그 자체다.

* 무엇가를 하고 싶지만 돈 없어서 못하겠다

여러 장벽들을 돌파해 ‘세컨드라이프’에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은 많다. 바로 게임 내 화폐인 린든달러를 구하는 것. 게임 속에는 린든달러를 어떻게 구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게임 속 린든달러를 구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홈페이지의 캐시 결제를 통해 현금과 동일한 수준의 린든달러를 구입하는 것과 게임 속에서 캠핑을 통해 시간 당 얼마씩의 린든달러 받는 것 등이다.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들이 간단한 진행 과정을 통해 게임 머니를 벌 수 있는 것에 반해 ‘세컨드라이프’의 대부분의 게임머니는 구입하지 않으면 쓸 수 없다. 그나마 부동산, 아이템 제작 판매, 직업 등을 하면 이런 고충이 조금 줄지만 결론적으로 이 수익들도 다른 게이머들이 현금으로 린든달러를 구매해서 사야 하기 때문에 화폐의 순환이 적은 현재는 거래가 여의치 못한 상태다.

그리고 이런 린든달러 부족으로 최근 게임 속에는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인터페이스의 불편함을 이용한 이 사기는 무턱대고 린든달러를 구입한 초보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발생 중이다.

사기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물건을 팔겠다고 접근한 후 아이템을 보여줘 호감을 산다. 이후 돈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Buy가 아닌 ‘지불’이 나오도록 해 구매자에게 돈만 받고 물건을 주지 않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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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사기는 돈을 준 것이기 때문에 결제상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사기를 친 게이머가 ‘그냥 돈을 주길래 받았다’라고 우길 경우 딱히 처리할 방법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많은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다.

* 답답한 게이머 마음 달래줄 운영진은 어디에?

하지만 최근에는 다른 문제를 떠나 ‘세컨드라이프’를 정식 서비스하고 있는 ‘세라코리아’의 운영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임 속 세상 발전을 위해 오브젝트 개발 요청을 의뢰하는 게이머들이 늘고 있지만 운영진은 ‘Second Life는 공식적으로 린든랩에서 관리/개발 하는 것이라 건의사항이 수용되기는 어렵습니다’라는 볼멘 대답만 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수정이나 건의사항에 대한 수용도 볼 수 없다.

운영에 대한 문제는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게임 속 운영자들 중에는 게이머가 물어본 질문에 답변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서버 불안정으로 인해 진행 도중 멈추거나 다운되는 현상도 여러 차례 생겼다. 이런 상황이 생겨도 게이머들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관련 문제에 대해 설명하는 운영진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다.

* 북미 ‘세컨드라이프’가 아닌 한국형 ‘세컨드라이프’가 필요하다

확실한 건 ‘세컨드라이프’가 국내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미 버전에서 언어만 바꾼 ‘세컨드라이프’가 아닌 한국형 ‘세컨드라이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많은 게임 전문가들은 현재의 ‘세컨드라이프’는 웬만한 수준의 온라인 게임은 전부 경험한 국내 게이머들을 만족 시키기엔 부족함이 많다는 지적을 했다.

특히 초반 진입 과정과 한국 게이머들의 입장에 맞춘 다양한 오브젝트 추가, 자신의 하우스 등을 쉽게 제작, 구입하고 부동산 및 직업에 대한 구분도 튜토리얼 과정에 포함해 게임에 접속한 게이머들이 ‘세컨드라이프’의 재미를 적절히 느끼면서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고 싶어하는 욕구를 들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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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임 전문가는 “‘세컨드라이프’가 뛰어난 게임임은 틀림이 없지만 이미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답답하고 어려운 게임일뿐”이라며 “국내 시장 성공을 위해서는 한국에 적합한 새로운 형태의 ‘세컨드라이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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