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온라인게임 ‘뮤’ 이용자인 직장인 김모(31)씨는 지난 7일 밤 황당한 경험을 했다. 게임 도중 자신의 캐릭터를 공격을 당하지 않는 안전한 곳에 놓아둔 뒤 잠시 라면을 먹고 와서 보니 캐릭터가 장착하고 있던 값비싼 무기와 갑옷 등 아이템이 몽땅 사라져 버린 것.

알고 보니 지난해 12월 ‘뮤 시즌3’이 오픈하면서 새로 생긴 ‘소환술사’라는 캐릭터를 이용, 누군가 김씨의 캐릭터를 소환해 공격한 뒤 아이템을 훔쳐간 것이다.

이들은 상대방을 공격하면 자신도 피해를 당하는 ‘대미지 반사’라는 공격을 김씨 캐릭터가 강제로 실행하도록 설정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게임 캐릭터는 일정 수준이상 대미지를 입으면 장착된 각종 무기 등이 캐릭터에서 분리되는데, 이 순간을 이용해 아이템을 가져 간 것이다. 김씨는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 90만원을 주고 산 아이템을 잃어버렸다”며 격분했다.

최근 ‘뮤’ 이용자들 사이에 소위 ‘뒷치기’라고 불리는 수법으로 아이템을 도난당한 이용자들이 급증해 게임업체 ‘웹젠’과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직장인 허모(28)씨도 같은 방법으로 70만원어치 아이템을 잃어버려 웹젠 측에 수십차례 보상 요구를 했지만 웹젠측은 “불법적인 오토마우스(자동사냥 프로그램)를 이용하다 발생한 피해는 보상해주기 어렵다”는 대답만 했다. 허씨는 “4년 동안 이용료로만 130여만원을 지불해 가며 게임을 한 대가가 결국 이런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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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외에도 피해를 당한 수많은 이용자들이 웹젠 측에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웹젠은 “정상적인 플레이로 발생한 현상”이라며 “피해가 빈발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공지를 몇 차례 띄웠을 뿐이었다.

특히 허씨처럼 게임 이용자가 자리를 떠나도 자동으로 캐릭터가 전투를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인 오토마우스를 사용한 경우, 이용자의 부주의로 발생한 피해여서 보상이 어렵다는게 웹젠측의 입장이다.

김씨처럼 아이템을 잃어버린 피해자들만 현재 50명에 달한다. 이들이 잃어버린 아이템을 모두 합치면 최소 2500만원 가량이다.

하지만 웹젠이 지난 8일 이같은 게임의 허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뒷치기’가 불가능하도록 설정을 바꿨다는 점에서 업체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웹젠 관계자는 “뒷치기하는 상습 캐릭터 사용자의 게임계정을 일시 정지하고,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해명했다. 웹젠은 그러나 “보상문제는 여전히 내부 논의 중”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실제 게임에서는 전투를 통해 아이템을 획득해야 하지만 게임 이용자들끼리 돈을 주고 아이템을 거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즐기는 직장인 전모(27)씨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캐릭터의 레벨을 키우려면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어 아예 아이템을 구입했다”고 털어놨다. 대학생 박모(26)씨는 “두달치 게임이용 월정액을 내고 힘겹게 레벨을 올리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아이템을 구입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템을 사고 팔면서 아이템 판매를 아예 업으로 삼는 이들도 생겼다. 경남에 사는 이모(28)씨는 PC 20대를 이용, 오토마우스로 돌려가며 아이템을 획득해 판매하는 것만으로 한달 평균 300만원 상당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5월 오토마우스로 획득한 게임아이템 환전을 불법으로 규정, 위반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게임법 시행령을 내놨다. 하지만 작업장 대부분이 중국에 있는 데다, 일부 게임업체는 오토마우스 이용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차단책은 되지 않고 있다.

경찰청의 한 사이버범죄 수사관은 “게임회사가 아이템 생성권한을 갖고 있다면 아이템 관리의 책임도 져야 한다”며 “이를 방치하고 있다가 분쟁이 발생할 때만 ‘원칙적으로 사고 팔 수 없게 돼 있다’는 말만 되풀이해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수사관은 “아이템이 실질적으로 돈을 주고 거래되고 있다면 게임회사 측에서 해킹이나 불법수단을 통한 아이템 획득을 방지하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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