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게임기기인 ‘닌텐도 디에스(DS) 라이트’는 지난 1년동안 국내에서 100만대 이상 팔렸다. 그러나 한국닌텐도는 경쟁 회사들과 달리 게임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 방지에 적극적이지 않다. 왜 그럴까.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게임물 불법 복제가 디에스 판매의 숨은 조력자’라는 말이 나온다. 닌텐도코리아가 최근 집계한 바로는, 디에스용 게임 소프트웨어는 지난 1년동안 통틀어 220만개 팔렸다. 이 가운데 10만개 이상 팔린 게임은 닌텐도가 개발한 6종류 뿐이다.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은 하드웨어 대 소프트웨어 판매 비율이 1:3 정도이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 게임기인 엑스박스360은 1:4 정도다. 이에 비해 디에스의 하드웨어 대 소프트웨어 판매 비율은 1:2에 그친 것이다.

디에스용 게임 소프트웨어의 판매 부진은 불법 복제물 때문이다. 디에스는 이른바 ‘아르4’(R4)나 ‘문미디어’로 불리는 카트리지에 불법복제 게임이 담긴 메모리를 끼어넣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온라인과 용산 쪽 디에스 유통망을 담당하고 있는 대원게임은 최근 아르4가 지마켓이나 옥션같은 오픈마켓에서도 버젓이 유통된다며, 판매업자들에게 오픈마켓을 통한 디에스 판매자제를 요구했다. 지난해 한국닌텐도는 복제 게임물을 내려받을 수 있는 웹하드와 피투피(P2P) 사이트들을 고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닌텐도의 이런 대책을 ‘눈 가리고 아웅하기’로 보고있다. 기기를 변조하지 않고서는 복제 게임을 사용할 수 없는 다른 게임기와는 달리 디에스에서는 복제 게임을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복제 게임물은 모든 게임기기 회사들의 공통된 골칫거리다. 보안 대책을 세우면 곧바로 이를 뚫을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는 ‘창과 방패’ 싸움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 강희원 팀장은 “게임기의 운영체제를 계속 업그레이드 시킨다. 또 한국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에 ‘시스템을 임의로 개·변조하면 애프터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빨간 딱지를 붙여놓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닌텐도는 이런 복제방지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아르4를 즐겨 사용한다는 이아무개씨는 “일부 게임은 닌텐도 서버를 통해야 다른 이용자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다. 서버에서 복제 게임 사용자들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규제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닌텐도의 소극적인 대처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기 시장은 먼저 하드웨어를 싸게 나눠주고 소프트웨어로 돈을 버는 구조인데 디에스는 다르다”며 “디에스가 15만원 정도에 팔리지만 경쟁 게임기에 비해 구조가 단순해 훨씬 많은 이윤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게임 복제가 잘 되는 것이 기기 판매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기기가 어느 정도 팔리면 보안을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닌텐도가 의도하지 않게 효과적인 복제 방지기술을 내놓지 못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게임 개발자는 “예전에는 닌텐도가 사용하고 있는 롬팩이 시디보다 복제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시스템 내부에 있는 방어막을 뚫는 것보다 외부에 있는 롬팩을 공략하는 게 더 쉽다”며 “아르4에 끼어넣는 메모리 가격도 예전엔 비쌌으나 지금은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닌텐도쪽은 “복제 게임 사용을 방지하는 기술적 보안조처를 강구하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Posted by Redvirus
,